[D파이오니어를 만나다] “AI에 디지털 트윈 결합… 사회적 난제·갈등 해결사로 자리매김”

[D파이오니어를 만나다] “AI에 디지털 트윈 결합… 사회적 난제·갈등 해결사로 자리매김”

e대표

⑬ 양영진 아인스에스엔씨 대표

“AI가 설명 불가능한 ‘블랙박스’라면 디지털 트윈을 적용하면 설명 가능한 AI, ‘화이트박스’로 만들 수 있다. AI와 디지털 트윈을 결합해 복잡한 사회적 난제와 갈등의 해결사 역할을 하겠다.”

양영진 아인스에스엔씨 대표는 ‘디지털 트윈 전도사’다. 5년 전 심각한 경영난 상황에서 디지털 트윈을 처음 접한 그는 이 기술이면 새로운 미래가 열리겠다는 희망을 봤다. 이후 5년 내내 그의 최대 인생 화두는 디지털 트윈이었다. 2018년 ‘BAS(빅데이터·AI·시뮬레이션) 솔루션 기반의 시스템통합 전문기업’이란 비전을 선포하고, 그해 10월 카이스트와 공동으로 한국디지털트윈연구소도 설립했다.

최근 서울 영등포구 서울사무소에서 만난 양 대표는 “인류 역사를 돌아보면 바보 같은 의사결정이 사회 전체의 혼란과 큰 문제로 이어졌다”면서 “이 같은 흑역사를 다시 겪지 않으려면 데이터와 과학기술에 기반한 공학적 분석을 토대로 의사결정을 해야 하는데, 이를 가능케 하는 게 디지털 트윈”이라고 말했다. 이어 “사회적인 갈등도 이해관계를 떠나 데이터와 과학기술 기반으로 접근하면 해법을 찾을 수 있다”면서 “세상과 사람을 위한 기술을 만들어 가겠다”고 밝혔다.

◇40년 IT 인생…11년간 해군에 IT 적용=양영진 대표의 삶은 ‘IT’라는 두 글자로 정의된다. 제주 서귀포에서 농부의 아들로 태어난 그는 전국에서 온 학생들과의 경쟁을 거쳐 구미 금오공고에 입학했다. 인·적성검사와 학교장 추천을 거쳐 같은 해 제주도에서 8명이 입학했다. 전국적으로 공고 붐이 한창일 때였다. 경공업 위주의 산업을 중공업 중심으로 전환하고, 산업 근대화를 앞당기는 게 국가적 숙제이던 시절이었다. 양 대표는 “원래 꿈은 섬마을 선생님이었는데, 넉넉지 않은 집안에 4남 1녀가 함께 자라다 보니, 나라도 스스로 힘으로 공부해야겠다는 생각에 학비와 생활비가 안 드는 금오공고에 응시했다”고 말했다.

학교에는 ‘조국 근대화의 기수’라는 구호가 붙어 있고, 군인 출신이 학교장을 맡고 있었다. 한창 감수성이 예민한 시절 그는 군대 같은 조직생활에 적응해 가며 기술을 배웠다. 대학도 금오공대로 선택해 전자공학과에서 전산학을 전공했다. ROTC(학군단)를 선택한 그는 대학 졸업 후 1985년부터 11년 6개월간 해군에서 전산업무를 담당했다. 해군 항공단 전산실 프로그래머, 해군 작전사 전산실장 등을 지내며 국방에 IT를 접목했다. 양 대표는 “고등학교부터 대학까지 무료로 다니다 보니 군 의무복무 기간이 9년에 달했다”면서 “의무 기간보다 2년 여를 더 있다가 1996년 보다 다이내믹한 삶을 꿈꾸며 남들보다 한참 늦게 사회생활을 시작했다”고 말했다.

◇군인에서 대기업 부장, 스타트업 대표로=1996년 7월, 현대그룹 SI기업 현대정보기술 부장으로의 새로운 삶이 시작했다. 국방, SOC(사회간접자본), 공항, 철도, 중소기업 정보화 업무를 담당했다. 양 대표는 “‘군대 물’이 빠지는 데 5년 정도는 걸린 것 같다. 주어진 역할과 책임에만 충실한 게 아니라, 유연하게 사고하면서 할 일을 찾아서 창의적으로 수행하는 기업의 분위기에 차츰 익숙해졌다”고 말했다. 다행히 적극적인 현대의 기업문화가 잘 맞았다. 그러다 그룹이 흔들리면서 회사가 외부에 매각되던 즈음에 중소기업 정보화 전문 스타트업 아이브레닉에 합류해 2004년 대표이사를 맡았다. 같은 해 사명을 아인스에스엔씨로 변경하고 오너 경영인이 됐다. 회사는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CRM(고객관계관리), 지식포털, SCM(공급망관리), 보안솔루션, 데이터베이스 솔루션 등을 공급하면서 규모를 키워왔다. 또 양 대표가 경험을 쌓은 국방, SOC 분야 주요 프로젝트를 수행하며 안정적으로 성장해 왔다.

양 대표는 “해군에 있으면서 IT프로젝트를 많이 했는데, 수요처가 풀고자 하는 문제보다는 자신들이 가진 기술을 얘기하는 기업이 대부분이었다”면서 “고객이 가진 문제를 원스톱으로 해결해주는 SI를 하겠다는 목표로 사업 전선에 뛰어들었다”고 말했다.

◇위기의 순간에 맞닥뜨린 기회=그러나 고객의 수요에 맞춤 시스템을 개발해 주는 SI사업은 쉽지 않았다. 인력 운영부터 사업 리스크까지 만만찮은 어려움이 늘 뒤따랐다. 2013년 결정적 위기가 찾아왔다. 2012년 말 해군 IT프로젝트를 수주해 개발 일부를 지역 IT기업에 맡겼는데, 수행능력이 없는 기업이 또다른 기업에 일을 맡기고 그마저 차질을 빚으면서 프로젝트가 꼬일 대로 꼬였다. 양 대표는 “2013년 12월에는 사업이 끝나야 하는데 8월에 가보니 엉망이었다. 사업을 책임지고 있던 본부장마저 도저히 못 하겠다며 손을 들었다”면서 “개발 결과물로 시험평가를 통과해 사업을 끝내려 했지만 실격 판정이 이어졌다”고 말했다.

양 대표는 9개월간 대전 계룡대에서 살다시피 하며 직접 프로젝트를 맡아 문제 해결에 나섰다. 협력사와의 계약을 해지하고 새로운 팀을 구성해 6개월을 더 개발해 시스템을 완성했다. 1년 3개월 짜리 사업이 1년 9개월로 지연되니 적자는 적자대로 커지고, 대표이사가 현장 프로젝트에 집중하느라 조직과 고객관리를 못 하니 회사는 급격하게 흔들렸다.

“사업을 접어야 하나 별의 별 생각이 다 들었다. 성장일로이던 매출이 2014년 73억원에서 2015년 67억원, 2016년 60억원으로 떨어졌다.”

고심 끝에 심기일전해서 조직을 재정비한 양 대표는 남들이 못 가진 무기를 가지고 내가 원하는 사업을 해야겠다는 생각을 절실하게 했다. 그런 그는 2015년 말 국내 디지털 트윈 분야 석학인 김탁곤 KAIST 교수를 만나 눈이 번쩍 뜨이는 경험을 했다.

“깜짝 놀랐다. 사람의 영역이던 분석과 예측, 최적방안 찾기를 기술로 해결하고 있었다. SI에 저걸 얹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디지털 트윈과 AI 결합이 답=디지털 트윈은 현실세계를 가상세계에 그대로 구현해 현실에서 하기 힘든 시뮬레이션이나 분석, 문제 해결을 하게 해 주는 기술이다. 세계적인 컨설팅기업인 가트너는 2017년부터 미래 10대 기술로 선정했다. 최근 정부도 한국형 뉴딜의 10대 핵심 사업에 디지털 트윈을 포함시켰다.

양 대표는 디지털 트윈을 이용하면 AI의 한계를 극복할 수 있다는 점에 주목했다. AI는 빅데이터를 쌓은 후 AI 알고리즘 학습과정을 거쳐야 문제 해결에 활용할 수 있는데, 데이터가 없으면 소용이 없기 때문이다. 학습한 범위를 벗어나는 문제가 주어져도 무용지물이다.

양 대표는 “세상이 바뀌지 않고 그대로 이어진다면 이런 방법이 의미가 있지만, 갈수록 복잡해지고 변화가 큰 시대에는 효과적인 방법이 못 된다”면서 “적은 데이터로도 실제로 겪어보지 않은 세상을 예측하고 최적의 방안을 찾을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영상인식, 언어인식, 음성인식은 AI가 데이터 기반 학습을 통해서 유효하게 쓰이지만, 과거에 없었던 상황을 가정해서 ‘이렇게 해보면 어떨까’라는 ‘왓 이프(What if)’ 식의 질문에는 답하기 어렵다는 게 양 대표의 설명이다. 사회문제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동적인 문제 해결에 제약이 있는 것. 현재의 기술 수준으로는 AI가 내놓은 답이 어떤 과정을 거쳐 도출됐는지 설명하지 못하는 것도 한계가 있다. AI가 데이터를 기반으로 문제를 푸는 귀납적 접근방법이라면 디지털 트윈은 지식, 즉 법칙이나 공식에서 출발하는 연역적 접근방식이다. 다만 지식은 모델로 만들기 어렵고 시뮬레이션 결과가 맞는지 정밀한 검증이 필요하다는 문제가 있다. 데이터 기반 AI와 지식 기반 디지털 트윈을 병용하면 효과가 극대화될 수 있다.

◇SI 기업에서 BAS 기업으로=그 생각을 솔루션화한 것이 BAS(빅데이터·AI·시뮬레이션)다. 회사는 2018년 ‘BAS 솔루션 기반 SI 전문기업’을 비전으로 발표하고, 솔루션을 완성시켜 왔다. 그해 10월 김탁곤 교수와 협력, 카이스트와 공동으로 한국디지털트윈연구소도 설립했다.

양 대표는 “빅데이터·AI와 디지털 트윈·시뮬레이션의 강점을 융합한 것이 BAS”라면서 “물리학자들이 이론물리와 실험물리를 총동원해서 난제를 푸는 것과 같은 접근”이라고 말했다.

BAS는 빅데이터와 AI를 활용한 분석·예측결과에 시뮬레이션을 통한 예측을 결합한 ‘스마트 모델링 시스템’으로, 김탁곤 교수가 일생 동안 연구한 이론과 솔루션을 아인스에스엔씨가 기술이전 받아 제품화한 것이다. AI를 통해 데이터를 분석하고 예측하는 동시에, AI에서 하지 못하는 환경변화 반영까지 해서 예측의 정확도를 높인다.

양 대표는 “의료분야의 경우 문제의 원인을 찾기 힘들다 보니 오랜 기간 임상시험을 하면서 데이터에서 지식을 찾는 노력을 한다. 이와 달리 디지털 트윈은 알려진 법칙과 공식으로 문제를 푸는 방식”이라면서 “디지털 트윈의 예측 결과가 실제로 맞아떨어지는 지 분명치 않은 부분은 데이터 수집과 AI 학습을 통해 애매한 파라미터와 함수를 보정함으로써 모델의 충실도를 높이는 게 핵심 기술”이라고 설명했다.

디지털 트윈의 핵심은 현실세계와 똑같이 만드는 것이다. 통계에서 표본이 모집단을 대표하지 못하면 가치가 없듯이 모델도 현실세계를 정확히 담아야 한다. 디지털 트윈을 이루는 3대 요소인 운영데이터, 공간 및 형상정보, 각 객체의 행위모델이 잘 어우러져야 제대로 된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게 양 대표의 설명이다. 이를 활용하면 다양한 도시문제와 산업문제, 사회문제의 해법을 찾을 수 있다는 것. 그는 “디지털 트윈을 접하고 세상과 사람을 위해서 한번 써볼 수 있겠다는 확신이 들었다. 남들이 못 푸는 문제를 풀어줄 수 있다는 생각에 행복하다”면서 “AI가 자동화와 지능화를 가능케 했다면, 디지털 트윈을 통해 ‘위즈덤(Wizdom) 서비스’, ‘지혜 서비스’의 장을 열겠다”고 강조했다.

◇”문제가 있는 곳이면 어디든 달려 갈 것”=솔루션을 1단계 완성한 양 대표는 아직 모르는 사람이 대부분인 디지털 트윈을 더 많은 이에게 알리고, 문제해결을 고심하는 곳에 기술을 적용해 효과를 보여주는 데 집중하고 있다. 최근 정부가 디지털 뉴딜에 디지털 트윈을 10대 과제 중 하나로 포함시킨 것도 기회다. 국토교통부가 공간정보 중심의 사업을 기획해 한계가 있지만 이를 계기로 사회와 산업 전반에 기술이 확산될 계기가 마련될 것이란 생각이다.

양 대표는 “시뮬레이션 엔진, 모델 개발환경, 최적화·분석·예측도구까지 플랫폼을 완성했다. 문제만 정의되면 바로 모델을 만들어 시뮬레이션 엔진을 가동하고, 가시화 툴을 통해 결과물을 보여준다”면서 “기술을 현장에 적용해서 입소문을 타고 성과가 나오게 하겠다. 요즘은 문제를 갖다 주는 사람이 가장 고맙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사람들은 디지털 트윈을 배우고자 하는데 나는 문제부터 고민하라고 한다. 문제부터 제대로 정의되면 기술을 잘 결합해서 해법을 찾으면 된다”고 밝혔다.

양 대표는 “요즘 ‘인간의 흑역사’란 책을 읽고 있는데, 인류는 바보 같은 의사결정 때문에 심각한 문제를 겪어 왔다”면서 “흑역사를 반복하지 않으려면 데이터과 과학기술에 기반한 공학적 분석 결과를 토대로 의사결정을 해야 한다. 중요한 의사결정은 이 방식을 적용하도록 법제화해야 한다는 게 내 생각”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사회적 갈등이 갈수록 심해지고 정치적으로 활용되기도 하는데, 이 역시 팩트인 데이터와 과학기술 기반의 공학적 분석과 시뮬레이션을 통해 이해관계를 떠난 의사결정 구조로 바꿔 화합과 발전의 계기를 만들어야 한다”고 밝혔다.

◇현장 적용사례 확보 박차=문제를 가진 기업과 기관들은 해법을 찾기 위해 디지털 트윈 적용을 모색하기 시작했다. 회사는 한 조선기업에 선박 설계부터 건조·시험·운영·유지 전 과정에 디지털 트윈을 적용하는 방안을 컨설팅하고 있다. 또 다른 기업은 국내외 제조시설을 총동원해야 하는 대형 제조공정을 최적화하기 위해 디지털 트윈을 적용하는 방안에 대해 기술검증을 진행 중이다. 국내외에 흩어진 시설과 인력, 자재 등을 한 눈에 보면서 최적의 물량을 배정하고 각 제조라인의 가동률을 최대로 끌어올리고 원가를 낮추는 게 목표다.

최근 국내외에서 투자가 늘고 있는 스마트시티에서도 디지털 트윈이 일종의 두뇌 역할을 할 수 있다. 회사는 국내 관련 기관, 기업과 스마트시티에 디지털 트윈을 적용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LX공사의 스마트시티 디지털 트윈 마스터플랜, LH공사의 3기 신도시 디지털 트윈 활용방안, 정보통신산업진흥원(NIPA)의 디지털 트윈 공공선도 사업 등에 참여해 기술의 완성도를 보여줬다. 특히 NIPA 사업을 통해 경상남도, SK텔레콤, 다쏘시스템코리아와 협력, 화재나 유해가스 폭발 같은 재난상황에서 피해를 최소화하고 최적의 대피로를 확보하는 해법을 11월까지 내놓는다.

제주도가 고향인 양 대표는 2011년 본사를 제주로 옮겼다. 하루가 멀다 하고 제주 본사와 서울 사무소, 대전 연구소를 오가는 전국구 생활을 이어가고 있다. 그는 “목표는 세계 최고의 디지털 트윈 전문기업”이라면서 “올해를 변곡점으로 다양한 영역에서 적용사례를 만들고, 2023년 매출 500억 규모의 코스닥 기업으로 성장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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