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가상실험(假想實驗)이 필요한 시대
‘ChatGPT’가 촉발한 생성형 AI(인공지능) 열풍은 엄청난 바람을 일으키고 있고, 정보와 지식의 보편화를 앞당기고 있다. 하지만 남 따라가기에서 벗어나 선도하기 위해서 우리는 정보화와 지식 시대를 넘어 ‘지혜의 시대’를 여는 신호탄으로 활용해야 한다. 디지털 전환의 가속화로 데이터는 폭증하고 정보와 지식은 넘쳐난다.
불필요한 정보를 접할 수밖에 없는 환경 속에서 정보 과잉으로 쓸데없는 시간과 에너지가 소모되고 주의가 흐트러져 주체적 삶을 살아가기 어려운 상황이다. 또한 복제와 위변조가 용이한 디지털 특성으로 진짜와 가짜도 구분하기 힘들고 확산속도도 순식간이라 자칫 혼란스러운 세상이 될 수도 있다. 생성형 AI와 같은 AI 중심 정책만으로는 선도 국가나 디지털 패권국가가 되기 어렵고, 디지털혁신 정책이 성공할 수 없음을 의미한다.
그러면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할까? 질문과 학습으로 지성(知性)을 키우고, 목적을 명확히 하고 가상 실험을 통해 최적화하여 문제를 슬기롭게 해결 할 수 있는 지혜(智慧) 서비스가 필요하다. 진짜 혁신이 필요하다. 남을 빠르게 따라가는 기존의 방식대로는 안된다. 지식보다 지혜다. 지혜는 문제를 슬기롭게 푸는 능력을 말한다. 지혜를 높이는 것이 정부가 지향하는 디지털패권 국가와 맞닿아 있다. 이에 몆 가지 정책 방향을 제안한다.
첫째, ‘가상실험플랫폼’을 구축하자. 가상실험은 “What if…?(~라면 어떻게 될까?)” 질문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한 강력한 도구다. 가상실험은 실제 실험을 수행하기 전에 특정한 조건 하에서 어떤 일이 일어날 수 있는지 예측하고 시뮬레이션하는 것을 의미한다. 이를 통해 우리는 실제 실험을 수행하기 전에 가능한 결과를 미리 확인하고, 위험을 최소화하며, 시간과 비용을 절약할 수 있다. 가상실험을 하려면 실험 대상을 가상화하여야 한다. 실험 대상을 가상화 한 디지털 복제본이 디지털 트윈(DT·Digita Twin, 가상모델)이다. 디지털 전환(DX·Digital Transfomation)이 비즈니스 전 과정을 디지털로 가상화하는 것이다.
가상실험은 다양한 분야에서 활용된다. 예를 들어, 새로운 제품, 공정이나 시스템을 만들고 검증하거나 만들어진 제품, 프로세스나 시스템의 운영 및 유지관리를 잘하기 위해 분석, 예측, 최적화 및 자동 제어하는 산업문제를 해결할 목적으로 활용된다. 또한,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얽혀있는 사회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정책, 법·제도를 만들기 전에 사전 검증·분석, 예측, 최적화 및 실시간 지휘통제나 의사결정 시에도 활용될 수 있다. 가상실험은 우리가 “What if …?”라는 질문에 대한 답을 찾고 새로운 아이디어를 탐구하는 데 큰 도움을 준다.
둘째, 현안 문제 및 혁신 서비스를 발굴하자. 초연결, 초지능, 초실감 기술 중심의 목적과 수단이 전도되는 접근이 아니라 목적을 달성을 위해 필요한 기술을 활용해야 한다. 해결해야 할 문제와 서비스가 식별되면 기술은 문제가 되지 않는다. 셋째, 가상실험플랫폼에서 식별된 문제(서비스) 시범 적용 해보자. 해결해야 할 문제(서비스)들 중 효과성이 높은 것을 선정하여 시범적용을 통해 효과를 검증하여 확대해야 한다.
넷째, 디지털플랫폼 생태계 조성 및 활성화다. 기술을 따라갈 때는 빨리 빨리하는 것이 우선이었지만 이제는 산업별 상생할 수 있는 건전한 생태계 조성이 필요하고 이를 뒷받침할 수 있도록 언제 어디서든지 공유, 소통 및 협업할 수 있는 디지털플랫폼 생태계 조성 및 활성화가 필요하다. 다섯째, 공공정책 사전 검증 및 최적화 의무화 추진이다. 공공 정책을 시행하기 전에 가상실험플랫폼을 활용하여 사전 검증하고 최적화하는 일을 의무화함으로써 시행착오를 최소화하고 정쟁의 빌미를 없앨 수 있다.
여섯째, 가상실험 기반 문제해결 전문가를 양성해야 한다. 세상이 복잡해지고 변화의 속도는 가속화되고 있어 분야별 전문가 보다는 인문학과 공학을 아우를 수 있는 시스템공학적으로 문제를 정의하고 해결할 수 있는 인력 양성이 시급하다. 변화를 예측하기는 매우 어렵다. 우리가 함께 바라는 바를 이루면서 행복하고 성공하기 위해서는 변화를 쫓아가기 보다는 변하지 않는 진리를 탐구하고, 변하지 말아야 할 가치와 비전을 정하여 디지털트윈을 제대로 만들고 가상 실험을 통해 최적화해서 실행해 나가면 혁신을 선도 할 수 있다. 정보와 지식을 넘어 지혜가 필요한 시대다. 지혜를 구하기 위해서는 경쟁을 넘어 협업, 학습을 넘어 가상실험(假想實驗)이 필요한 시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