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가상공간에서 현실을 예측한다고?”한국디지털트윈연구소, ‘와이저’로 디지털트윈 상용화 앞장
[스타트업투데이] ‘디지털트윈’(Digital Twin)은 현실 세계를 컴퓨터에 옮겨 놓은 디지털 복제품이다. 컴퓨터 속 복제품이 시뮬레이션(Simulation)을 통해 현실에서 발생할 수 있는 상황이나 결과를 예측한다.
최근 미래 국가 경쟁력을 좌우하는 핵심기술로 디지털트윈이 언급되고 있다. 독일과 싱가포르 등에서는 주력 산업과 기반시설의 디지털 전환을 위해 디지털트윈 관련 정책을 적극적으로 추진 중이다. 한국은 지난 2020년 한국판 뉴딜을 처음으로 발표하며 디지털∙그린 분야를 아우르는 10대 대표과제 중 하나로 디지털트윈을 선정하기도 했다.
한국디지털트윈연구소(KDT Lab)는 디지털트윈 기술을 개발하고 사업화하는 카이스트(KAIST) 연구소 기업이다. 세계 최초로 BAS(빅데이터, 인공지능, 시뮬레이션) 기반 디지털트윈 플랫폼 와이저(WAiSER)를 출시해 디지털트윈의 상용화 및 솔루션 개발을 확대하고 있다.
양영진 CEO와 김탁곤 CTO를 만나 자세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디지털트윈’이란?
김탁곤 CTO는 “디지털트윈을 통해 현실세계와 동일한 수준의 결과를 얻어낼 수 있다”며 디지털트윈의 대표적인 예로 자동차 네비게이터(PND)를 꼽았다. PnD는 GPS를 기반으로 자동차 위치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확보하고 주변 공간의 지형 정보를 지도형태로 구성돼 있다. 또 차량 이동 경로에 대한 시뮬레이션 모델을 내장하고 있다.
디지털트윈을 이용하면 경제성이나 안전성의 이유로 실행 불가능한 시나리오를 가상실험으로 수행할 수 있어 현실 속 지금의 상태를 분석하거나 미래 예측, 운용의 최적화 등 문제 해결에 활용된다는 게 김 CTO의 설명이다.
앞서 싱가포르는 지난 2014년부터 스마트네이션(Smart Nation) 일환으로 ‘버추얼 싱가포르’(Virtual Singapore))를 추진하며 도로, 빌딩, 주택, 아파트 등 주요 시설뿐만 아니라 가로수, 육교, 공원 벤치, 가로등 등 도시를 구성하는 모든 구조물을 가상현실에 그대로 복제했다.
독일은 인더스트리 4.0(Industry 4.0)을 통해 디지털트윈을 구축했고 제조장비, 기기, 소재∙부품, 재공품 등 제조의 제반 구성요소를 가상적으로 표현했다. 한국에서는 지난해 8월부터 국토교통부가 한국국토정보공사(LX)와 함께 「디지털트윈국토 시범사업」을 추진 중이다.
시장성 역시 무궁무진하다. 글로벌 리서치기관 마켓앤마켓(Markets and Markets)에 따르면 디지털트윈 시장은 전 세계적으로 3조 5,000억 원 규모를 형성하고 있으며 연평균 57.6%씩 성장할 것으로 보인다.
한국의 경우 690억 원 수준으로 다른 나라에 비해 소규모이지만, 연평균 70%씩 성장할 것으로 예측된다. 양영진 CEO는 “정보통신기획평가원(IITP)은 국내 디지털트윈 기술 수준을 선도국가 대비 83% 수준으로 진단하고 있다”며 “특히 한국디지털트윈연구소가 세계 최고 수준의 기술을 확보하고 있다”고 전했다.
“4차 산업기술에 디지털트윈 적용, 최적화 시나리오 이끌어”
한국디지털트윈연구소(이하 연구소)는 이름처럼 ‘디지털트윈’에 주목했다. 현실세계를 가상으로 체험할 수 있는 가상현실(VR), 증강현실(AR), 메타버스 등 4차 산업기술에 디지털트윈을 적용하면 최적화 시나리오를 이끌어낼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김 CTO는 “빅데이터와 인공지능(AI)은 시간에 따른 변화가 없는 얼굴이나 모양 등 정적인 데이터를 기계학습한 인공신경망을 이용해 객체와 사물을 인식하는 데 우수한 성능을 보인다”면서도 “물리법칙 기반으로 내부 데이터가 변하는 동적시스템에 대한 분석, 예측, 최적화 문제는 빅데이터와 AI만으로 해결하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디지털트윈의 구성요소인 시뮬레이션은 분석∙예측, 고장검출∙원인 진단 및 최적화 등 데이터 변화 과정을 모델로 표현한다”고 설명했다.
특히 연구소가 2020년 10월 출시한 와이저는 김 CTO가 지난 40여 년간 카이스트 교수로 재직하면서 쌓은 모델링 시뮬레이션 기술 기반으로 개발된 만큼, 다양하고 복잡한 사회∙산업 문제를 지혜롭게 해결할 수 있도록 단순화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현재 연구소는 제주도의 디지털트윈 기반 환경영향평가를 비롯해 경북 경주에서 풍력발전소 발전량 예측, 자율주행차의 디지털트윈 기반 고장진단 및 수명예측, 원자력 분야에서 디지털트윈 기반 기상센서∙스마트계측 등의 사업을 수행하고 있다.
또 와이저를 기반으로 KT 등 대기업과 4차 산업 기술과 관련된 전문기업, 시스템통합기업, 국책연구기관 등과 파트너십을 확대하고 혁신적인 솔루션 및 서비스 개발에서 나섰다.
설립 이후 지금까지 연구소는 67건의 지식재산권(IP)를 확보했으며 2019년부터는 디지털트윈포럼 및 각종 세미나를 열기도 했다. 최근에는 정보통신산업진흥원(NIPA)이 주관하는 SW고성장클럽에 선정되기도 했다.
한편 연구소는 올해 초 수주한 국가 R&D 과제와 한국판 뉴딜사업을 성공적으로 수행해 눈에 띄는 성과를 창출하겠다는 계획이다.
양 CEO는 “와이저 사용 범위를 지금보다 넓힐 수 있도록 고도화한 와이저2.0(WAiSER2.0)을 출시하고 클라우드에서 운영되는 와이저 넥스트 제너레이션(WAISER NextGeneration)을 기획할 것”이라며 “국제전자제품박람회(CES)와 모바일 월드 콩그레스(MWC) 등 세계적인 전시회 참가를 통한 마케팅 활동을 강화해 글로벌 진출 기반을 확보하겠다”고 밝혔다.
김 CTO는 “디지털 전환은 디지털트윈으로 과거와 현재를 경험 삼아 미래를 결정하는 요술거울”이라고 강조하며 “정보와 지식을 넘어 지혜 서비스가 필요한 시대에 분야별∙계층별 소통과 협업으로 복잡하고 어려운 사회∙산업문제를 지혜롭게 해결해 나아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