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트윈이야기 36부 – 문제 해결 위해 ‘대충’, ‘적당히’ 그리고 ‘최적화’가 필요하다

디지털트윈이야기 36부 – 문제 해결 위해 ‘대충’, ‘적당히’ 그리고 ‘최적화’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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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충’, ‘대강’, ‘적당히’는 안전분야에서는 금기어다. 왜 그럴까? 

‘대충’의 어원은 대총(大總)으로 대강을 추리는 정도이며, ‘대강(大綱)’은 자세하지 않은 기본적인  부분만을  따 낸 줄거리, ‘적당(適當)히’는 정도에 알맞게 라는 뜻이다. 그렇게 하려면 전체를 꿰뚫고 추상화(抽象化)를 잘 해야 가능하다. 고수(高手)들만이 할 수 있는 일인데, 왜 부정적으로 비춰지고 그렇게 쓰이는 것일까? 

추상화(抽象化)는 중요한 특징을 찾아낸 후 간단하게 표현하는 것으로, 목적에 맞게 대충, 대강, 적당(適當)히 필요한 것만 취하고 불필요한 것은 버리는 것이다. 예를 들어, [도형], [네 개의 각], [네 개의 변]은 모두 ‘사각형’과 관련된 것이다. 나열되어 있는 세 가지 요소들을 일일히 언급하지 않고, ‘사각형’이라고 부르는 것이 추상화의 한 예라고 할 수 있다.

그림을 그릴 때에도 완전히 동일하게 그리지 않고 중요한 특징들만 모아서 표현하는 것 역시 추상화라고 할 수 있다. 피카소가 추상화(抽象畫)의 대가라 불리는 이유도 중요한 특징을 잘 잡아내어 그림이라는 모델로 표현했기 때문이 아닐까? 

이처럼 추상화는 여러 가지 요소들을 하나로 통합하는 방향성을 가지고 있다. 한 가지 문제를 여러가지로 쪼개서 나눠보는 ‘문제 분할’과 반대의 개념이다. 추상화를 이용하여 핵심적인 것만을 남겨 표현하게 되면, 복잡한 내용도 한 눈에 알아볼 수 있어 이해하기 쉽다는 장점이 있다. 뚜렷하거나 적극적인 의지가 없이 되는대로 행동하는 모양이란 뜻을 가진 ‘어영부영’과는 차원이 다르다. 

대충해야 할 일이 있고, 자세하고 구체적으로 해야 할 일이 있다. 적당히 해야 한다. 과유불급(過猶不及)이다. 정도를 지나침은 미치지 못함과 같다. 전문성이 지나치게 강조되다보니 전문가는 넘쳐나는데 전체를 꿰뚫고 이끄는 사람을 보기 힘들다.

구슬이 서말이라도 꿰어야 보배다. 대충 넘어가도 될 일을 꼼꼼히 따지느라 쓸데없는 시간과 에너지를 낭비하는 경우를 많이 본다. 변화가 심하고 불확실하고 복잡하고 모호한 VUCA 시대다. 대강의 그림을 먼저 그리고 구체화해 나가면서 최적화해야 최소의 노력과 비용으로 실현 가능성과 속도를 높힐 수 있다. 

요즘 “총력을 다하라”, “과할 정도로 대응하라”라는 말을 자주 듣게 된다. 목적에 맞도록 적당히 하면 되지, 왜 총력을 다해야 하고 과할 정도로 대응해야 하는가? 소홀(疏忽)히 하면 문제가 생길 수 있기 때문일 것이다. 소홀히 하는 것과 적당히 하는 것은 다르다. 최적(最適) 대응을 해야지 총력을 다하거나 과하게 대응하면 비용, 시간, 노력이 낭비되고 또 다른 문제가 발생할 경우 대응할 자원이 부족하여 문제가 더 크게 비화될 수 있다. 최적화(最適化)가 필요하다. 

최적화는 어떤 조건 아래에서 주어진 함수를 가능한 최대 또는 최소로 하는 일이다. 이미 다 배웠는데 잘 모르고 실 생활에 적용하지 않는다. 최적화의 어떤 조건은 제약사항 또는 전제조건을 말한다. 안전분야에서 최적화는 안전은 전제조건이며, 시간, 비용, 자원 등의 사용을 최소화하면서 사고를 예방하고 사고 발생시 피해를 최소화 하는 것이다.

전제조건과 목적지수는 의사결정자가 결정해야 한다. 책임이 따른다. 책임지고 결정해야 하는 매우 중요한 일이다. 의사결정자가 결정해야 할 일을 하지 않고 구체적인 업무나 방법을 지시하는 경우를 많이 본다. 책임을 다하기 위해 하는 것이라 볼 수 있지만 비효율성과 일을 그르칠 가능성을 높인다. 축구감독이 선수로 뛰는 것과 다를 바 아니다. 감독이 해야 할 일이 있고, 선수가 해야 할 일이 따로 있다. 

우리는 재난안전 문제뿐만 아니라 수 많은 문제에 부딪히고 해결하면서 살아간다. 삶은 문제 해결의 연속이라 봐도 과언이 아니다. 문제는 원인에 있다. 외부요인에 의해 발생하기도 하고, 내부 요인에 의해 발생하도 한다. 외부 요인에 의한 것이 필요(Needs)이고, 내부 요인에 의한 것이 바램(Wants)이다. 우리가 필요하거나 원하는 결과와 현재 상태 사이의 차이(Gap)가 곧 문제다. 

문제를 식별하고 정의하지 않고 문제를 풀려고 달려들다가 시행착오와 실패를 겪는다. 그러고는 남 탓하며 책임공방하면서 문제 해결은 뒷전이 된다. 그게 요즘 우리나라의 모습이다. 안타깝고 울화가 치밀지만 어쩌랴? 그렇다고 선수가 감독 역할을 하면 더 꼬이고 문제 해결에 도움이 안되니, 담담(淡淡)하게 내가 할 수 있는 일에 집중하는 게 최선이며, 최적 대응이다. 

먼저 문제를 풀려고 달려들지 말고 우리가 원하는 모습이 무엇인지, 현재 상태는 어떤지 측정하여 그 차이를 구하자. 그 차이가 문제다. 그 문제를 수학 방정식으로 정의하자. 언어나 그림으로 표현하면 모호해진다. 문제를 수학방정식으로 모델링하면 의사소통이 명확하고 완전성과 검증성이 보장된다. 복잡하고 난해한 문제일수록 대충보고 추상화하면 단순명료해진다. 그러면 문제 풀기가 쉬워진다. 문제를 수학방정식으로 정의하면 연산과 기억능력이 뛰어난 컴퓨터와 디지털기술을 이용하면 누워서 떡먹기다. 

ChatGPT가 촉발한 인공지능(AI)의 열풍이 대단하다. 어떠한 질문에도 척척 대답해준다. 정말 놀랍다. 하지만 질문과 문제를 푸는 일은 다르다. 우리가 부딪히는 현실 문제는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얽혀 있어 정답이 없다. 최적해(最適解)를 찾아야 한다. 데이터가 충분하다면 AI를 활용하면 문제를 쉽게 풀 수 있다.

하지만 필요한 데이터를 확보하기 어렵고, 학습한 범위 내에서 밖에 문제를 풀 수 없으며, 동적(動的)으로 변하는 문제를 풀기 어려울 뿐만아니라 인과관계를 알기 어렵다는 구조적 한계가 있다. AI에 대한 환상을 버려야 한다. AI는 만능도 아니며 협업 대상도 아니다. 우리가 필요하거나 원하는 결과를 얻기 위해 필요하면 활용할 수 있는 도구일 뿐이다. 책임도 쓰는 사람한테 있다. 

AI도 말한다. “인공지능은 인간과는 다른 방식으로 작동합니다. 인간은 경험과 학습을 통해 인과관계를 이해하고 판단하는 능력을 갖고 있지만, 인공지능은 데이터와 알고리즘을 기반으로 작동합니다. 인공지능은 많은 데이터를 분석하고 패턴을 인식하여 문제를 해결하거나 예측하는 데 탁월한 성능을 보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인공지능도 한계가 있습니다. 인과관계를 이해하지 못하고 단순히 데이터의 패턴을 따르는 경우, 예측이 부정확하거나 잘못된 결론을 도출할 수 있습니다. 또한, 인간의 직관, 창의성, 윤리적 판단력 등과 같은 측면에서는 아직 인간보다 뒤쳐지는 부분이 있습니다. 인공지능은 많은 분야에서 혁신적인 기술로 발전하고 있지만, 인공지능은 강점과 한계를 가지고 있습니다 “

인간의 필요와 욕망에 의해 문제가 발생한다. 문제를 대충보고 적당히 해결하자. 우리의 문제가 무엇인지 먼저 정의하고 해결하자. 추상화해서 최적화하자. 흠이 없고 실수를 안하는 사람이 어디 있으랴, 흠 잡고 남 탓한다고문제가 없어질까? 우리 아이(AI)들은 무엇을 보고 배울까? 반면교사 삼을려나? 서로의 흠을 메꿔주는 교학상장(敎學相長)과 시행착오를 최소화하면서 문제를 현명하게 해결할 수 있는 지혜가 필요하다. 

목적에 맞게 추상화하여 디지털트윈을 적당히 만들고 각자의 생각들을 가상 실험해서 분석하고 최적화하면 지혜를 구할 수 있다. 경쟁을 넘어 협업, 학습을 넘어 실험, 정보와 지식을 넘어 지혜가 필요한 시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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